AI 시대,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AI 시대,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중소기업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AI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조언. 도메인 지식과 T자형 인재로 성장하기.

최근 동문회에서 후배들에게 3분 스피치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강단에 서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무슨 대단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특별히 잘난 사람도 아니고,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것도 아니니까요. 다만 중소기업에서 나름 오랜 시간 일해왔고, 그 과정에서 느낀 것들이 취업을 앞두거나 사회초년생인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이 글은 그때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조금 더 담아보려고 합니다.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는 것

중소기업의 현실은, 솔직히 말하면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는 환경입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입사했지만, 어느새 백엔드 코드를 보고 있고, 때로는 디자인 수정 요청을 직접 받아 작업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서버 세팅이나 배포 스크립트를 만지게 되는 날도 있죠.

처음에는 이게 불만이었습니다. ‘내 전문성은 어디로 가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은 하나의 영역을 깊이 파고들며 전문가로 성장하는데, 나는 이것저것 하느라 정작 전문성은 쌓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이 다양한 경험들이 어느 순간 하나로 연결되기 시작했거든요. 프론트엔드만 알았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백엔드와 인프라를 경험하면서 전체 시스템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더 빠르게 원인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다른 팀과 소통할 때도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양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를 깊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넓게 경험하는 것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특히 지금 같은 시대에는 말이죠.

AI 시대,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가

요즘 뉴스를 보면 대기업들이 인원을 줄이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립니다. 신입 채용 공고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처음에는 경기 불황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더군요.

이유는 생각보다 명확합니다. AI가 중간 수준의 전문가가 하던 많은 일들을 더 빠르고, 지치지 않고, 때로는 더 정확하게 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드 리뷰를 해줄 수 있고, 문서를 작성해주고, 번역도 하고, 간단한 디자인 작업도 합니다. 심지어 회의록을 정리하고 요약하는 일까지 해내죠. 예전 같았으면 주니어 개발자나 실무자가 했을 법한 일들이 이제는 AI로 충분한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무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당연한 흐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도구는 계속 발전해왔고, 그때마다 일하는 방식도 함께 변해왔으니까요. 다만 이번에는 그 속도가 유난히 빠른 것 같아서 우리가 적응할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이 질문이 요즘 제 머릿속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AI가 할 수 없는 일이 뭘까? 아니, 정확히는 AI보다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 뭘까?

제가 내린 결론은 도메인 지식입니다.

AI는 범용적인 지식은 뛰어나지만, 특정 산업이나 회사의 맥락을 깊이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내부 시스템이 왜 이렇게 설계되었는지, 팀마다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이런 것들은 AI가 데이터만으로는 완벽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요즘 제가 후배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내 업무만 보지 말고, 옆 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을 가져보세요.”

마케팅 팀이 어떤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는지, 영업 팀이 어떤 고객사와 미팅을 하는지, CS 팀에 어떤 문의가 가장 많이 들어오는지. 이런 것들을 알면 내가 만드는 기능이 왜 필요한지,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내가 도울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보는 겁니다. 간단한 자동화 스크립트 하나로 다른 팀의 반복 작업을 줄여줄 수 있다면? 데이터를 조금만 다르게 보여주면 의사결정이 더 빨라질 수 있다면? 이런 작은 관심과 배려가 쌓이면, 어느새 회사 전체의 업무 흐름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일본어로 ‘思いやり(오모이야리)‘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단순히 ‘배려’라고 번역되지만, 그 안에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려는 깊은 마음이 담겨 있죠. 업무에서도 이런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하나의 영역을 깊이 알면서도(세로), 다른 영역들과의 연결 고리를 이해하는(가로) T자형 인재. 이런 사람이 결국 AI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습니다. AI에게 정확한 맥락을 주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그 결과물을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판단력을 가진 사람 말이죠.

마치며

낮은 연차의 후배들에게는 쉽지 않은 시장입니다. 저도 지금 입사하려고 했다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채용 공고는 줄었고, 요구하는 스펙은 높아졌으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분명히 느껴지는 흐름도 있습니다. 도메인 지식을 갖추고, AI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의지가 있는 사람을 찾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단순히 기술만 아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합니다.

중소기업에서 이것저것 하느라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그 경험들이, 어쩌면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무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영역을 경험하면서 쌓은 통찰력, 여러 사람과 협업하며 배운 커뮤니케이션 능력, 부족한 리소스 속에서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들. 이 모든 것이 도메인 지식으로 이어집니다.

AI 시대라고 해서 사람이 필요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다만 사람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달라지는 것뿐입니다. 기계적인 작업보다는 맥락을 이해하고, 사람을 이해하고,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입니다.

그리고 그런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매일매일 내 일에 충실하면서도, 조금씩 시야를 넓혀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옆 팀 동료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는 작은 습관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분명 의미 있는 길입니다.

여러분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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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JK

Kim Jangwook

AI/LLM 전문 풀스택 개발자

10년 이상의 웹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AI 에이전트 시스템, LLM 애플리케이션, 자동화 솔루션을 구축합니다. Claude Code, MCP, RAG 시스템에 대한 실전 경험을 공유합니다.